떠나기 전의 날들
티켓을 끊고 나면, 갈 날이 아무리 많이 남았어도, 어쩐지 '떠나기 전'의 기분이 되어, '떠나기 전의 날들'을 살게 된다. 이를테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책을 읽고 있는듯, 혹은 2절이나 3절 중간쯤에서 멈춰야 할 노래를 부르고 있는듯, 하루하루가 맨살에 와닿는 동시에 비현실적이다. 비슷하게 되풀이되는 일상은 떠나기 전의 시간으로, 익숙한 공간은 떠나기 전 잠시 머무는 곳으로,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약속은 불현듯 환송회로 치환된다. 그래서 인지 딱히 바쁜 일도 없고 준비할 것도 없는데 마음이 분주하다.
그래도 이제 안다. 몇 주의 부재로 인해 할 수 있는 일을 못하게 되지는 않는다는걸.
변해가는 것을 막을 수도 없고, 무언가를 변하게 할 수도 없다는 걸.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'부재'에 관해 생각하게 된다. 내가없는 공간, 내가없는 시간, 내가 없는 너를 그려보면서 종종 고개를 갸웃거린다. 그려볼 수는 있으나 나는 볼 수 없는 그 그림을, 너는 보게 될 것이다. 너의 부재가 그린 그림을 내가 보고 느끼고 만진 것처럼. 그 안에서 울고 웃고 잠들었던것처럼.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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